레옹:고독한킬러,순수한유대,성장의아이러니
뤽베송감독의 1994년작 <레옹(Léon:TheProfessional)>은 고독한 프랑스계청부 살인업자레옹(장르노)과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12세 소녀마틸다(나탈리포트만) 의기 묘한 동거와 복수극을 그린 액션드라마입니다. 이영화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액션시퀀스와 함께,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두 인간의 순수한 교감과 성장통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뉴욕의 리틀이태리에 사는 레옹은 자신을'클리너(Cleaner)'라 칭하며 토니(대니엘아이엘로)라는 중개인의 지시에 따라 정확하고 신속하게 청부살인을 수행하는 최고의 킬러입니다. 그는 우유만 마시고, 언제나 침대대신의자에서쪼그려자며, 자신이 아끼는 화분'아글라오네마'에게 물을 주는 것 외에는 감정의교류없이철저히 고립된 삶을 살아갑니다. 어느 날 레옹의 옆집에 살던 12세 소녀마틸다의 온 가족이 부패한 마약단속국요원스탠스필드(게리올드만)와그의부하들에게 몰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우연히 살아남은 마틸다는 레옹에게 도움을 청하고, 레옹은 갈등 끝에 그녀를 자신의 세계로 받아들입니다. 가족을 잃은 마틸다는 남동생의 복수를 결심하고, 레옹에게 자신을 킬러로 키워달라고 요청합니다. 레옹은 마틸다에게 청부살인의 기술을 가르치고, 마틸다는 레옹에게 글을 가르치고 세상과의 소통을 유도하며 점차 서로의삶에뿌리를내리기 시작합니다. 순수함을 잃은 소녀는 킬러의 기술을 배우며 복수에 집착하고, 킬러는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난생처음'삶의 의미'와'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며 변화합니다. 결국 마틸다는 복수를 위해 스탠스필드의 본거지로 잠입했다가 위기에 빠지고, 레옹은 마틸다를 구하기 위해 경찰특공대와의 대규모총격전을 벌입니다. 레옹은 마틸다를 탈출시키지만 자신은 스탠스필드에게 치명상을 입고, 마지막순간스탠스필드에게 수류탄이 장착된 안전핀을 건네며 마지막복수를 완성합니다. 결국레옹은 마틸다를 지키고 스탠스필드를 제거하며 장렬하게 최후를 맞습니다. 홀로 남은 마틸다는 레옹과의 약속대로 그의 화분을 학교운동장에 심으며'뿌리를 내리겠다'라고 다짐합니다.
고독한 킬러
고독한 킬러레옹은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대비와 순수함을 보여주는 존재입니다. 그는 전문적인 킬러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사회에서 철저하게 고립된 채 살아갑니다. 어릴 적 연인과 함께 도망치지 못한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그는 감정을 억누르고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유일한 친구는'뿌리를 내리지 못하는'화분인아글라오네마뿐이었습니다. 이화분은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기를 갈망하지만 그럴 수 없는 레옹자신을 상징합니다. 레옹의 고독은 그가 항상 우유를 마시고 침대대신의자에서 불안하게 잠을 자는'성장하지 못한 어린아이'의모습으로표현됩니다. 마틸다와의 만남은 이러한 레옹의 고독한 세계에 균열을 냅니다. 그녀에게 삶의 기술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레옹은 난생처음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과 책임감을 느끼며'인간다움'을 배우고, 비로소 자신도행복해지고 싶고, 침대에서 잠을 자고, 뿌리를 내리고 싶다는 욕망을 표출합니다. 결국레옹은마틸다를 통해'고독한 킬러'가 아닌'사랑을 아는 인간'으로서의삶을 마무리합니다.
순수한 유대
순수한 유대는 레옹과 마틸다라는 극과 극의 인물사이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교류를 의미합니다. 마틸다는 가족으로부터 학대받고 세상에 대해 냉소적인 12세 소녀였으며, 레옹은 감정을 잃고 살인만을 업으로삼는어른이었습니다. 이들은 서로에게 부족했던'가족'과'삶의 선생님'의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마틸다는 레옹에게 글을 가르치고 세상을 향해 문을 열게 했으며, 레옹은 마틸다에게 생존의 법칙과 더불어 따뜻한 보호자가 되어주었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흔히'남녀 간의 사랑'으로 해석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영화가 주로 묘사하는 것은 폭력적인 세상 속에서 서로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준'순수한상호의존'의 형태입니다. 마틸다가 레옹에게"사는 게 항상 이렇게 힘든가요? 아니면 어릴 때만 그래요?"라고 물었을 때, 레옹이"언제나 힘들지"라고대답하는 장면은 두 사람이 겪는 삶의 고통을 공유하며 형성된 강력한 유대감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유대는 결국레옹의 희생과 마틸다의 성장이라는 결실을 낳으며,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필수적인 존재인지를 역설합니다.
성장의 아이러니
성장의 아이러니는 레옹과 마틸다가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말합니다. 레옹은 마틸다를 만나'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습니다. 그는 침대에서 편히 잠을 자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삶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며, 가장 중요한 것은'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반면마틸다는 복수에 집착하며 순수함을 잃고'어린아이'에서'작은 킬러'로성장하려합니다. 레옹은마틸다에게"복수는 좋은 게 아니다. 잊어버리는 게 낫다"고 충고하지만, 마틸다의 복수심은 레옹이 죽음으로써 스탠스필드를 제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즉, 레옹은 성장하여 희생하고 마틸다는 아이러니하게도 복수를 통해 어른의 세상으로 내던져집니다. 마지막장면에서 마틸다가 레옹의 화분을 땅에 심으며"여기가 좋겠어요, 레옹"이라고 말하는 것은, 레옹의 희생을 통해 마틸다가 비로소 복수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신의삶에 진정한'뿌리'를 내리게 되었음을 상징합니다. 레옹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유일한 뿌리인화분을 마틸다에게 남김으로써, 마틸다의 새로운 삶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결론
<레옹> 은고독한 킬러와 상실의 소녀라는 극단적인 인물설정을 통해 순수한 유대와 성장의 아이러니를 그려냈으며, 장르노와 나탈리포트만의 뛰어난 연기로 인간의 고독과 사랑을 보편적인 감동으로 승화시킨 20세기말의 마스터피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