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더:모성,광기,망각
봉준호감독의<마더>는희생적이고숭고한'모성’의신화가'광기’와범죄로변질되는과정을집요하게파헤치고그결말의섬뜩한함의를남긴작품입니다.읍내약재상을운영하는엄마(김혜자)에게지적장애에가까운스물여덟살의아들윤도준(원빈)은삶의전부입니다.도준이여고생문아정살인사건의용의자로몰리자,경찰과사회의편견속에서엄마는아들을구하기위해홀로진범을추적하는극단적인여정을시작합니다.이과정에서엄마는아들을변호해줄사람도,진실을밝혀줄이도없다는절망에직면하고,자신의'모성’을무기로삼아맹목적인'광기’에휩싸입니다.엄마의집요한추적끝에결국또다른'용의자’인진태(진구)를만나게되고,진태와의대화를통해사건당일의충격적인진실에접근하게됩니다.사실진짜범인은도준이었으며,문아정이자신을조롱하는말에분노하여우발적으로둔기를휘둘러살해했던것입니다.도준은문아정의시신을눈에잘띄는난간에매달아두면누군가발견하고도와줄것이라고생각했다는사실도드러납니다.엄마는아들의살인을목격한유일한증인,고물상주인(윤제문)을찾아내지만,자신의아들이범인이라는가장끔찍한진실을'망각’하고싶은나머지고물상주인을스패너로살해하고그의집에불을질러증거를인멸하는또다른극단적인범죄를저지릅니다.이로써엄마는아들의죄를덮는것을넘어,스스로'살인자’가되는길을택합니다.
도피와망각의최후
마더:모성,광기,망각이라는주제는영화의결론에서가장선명하게절정에이릅니다.결국아들을위해또다른살인을저지른엄마의희생은범죄의진실을'망각’하는것으로이어집니다.경찰은도준이아닌다른인물(종팔)을범인으로단정짓고사건을종결하고,도준은자유의몸이됩니다.도준의결백을증명하려던엄마의'모성’은아이러니하게도아들의진짜죄를'은폐’하는것으로귀결됩니다.엄마는감옥에서풀려난아들을바라보며자신이저지른죄와은폐된진실의무게를홀로짊어지게됩니다.아들에게나쁜기억을잊게해준다고했던'망각침’을자신의허벅지에놓는행위는범죄의죄책감,아들에대한진실,그리고자신의'광기’의순간을스스로'망각’함으로써비극적인삶을견디려는엄마의처절한몸부림입니다.이침은신체적인고통을잊게하는것을넘어서,끔찍한진실과윤리적책임을회피하려는엄마의정신적'도피’수단입니다.
마지막춤의섬뜩한함의
마더:모성,광기,망각의주제를강렬하게마무리짓는것은영화의마지막장면,엄마가관광버스에올라다른사람들과함께춤을추는장면입니다.이'마지막춤’은도준을잃지않기위해살인까지저지른엄마가선택한궁극적인'망각’의제스처입니다.버스는일상을탈출하는공간이자,집단적인'망각’과환희가공존하는공간으로해석될수있습니다.엄마는춤을추는다른사람들속에서어딘가멍한,희미한미소를짓습니다.이춤은해방이아닌,고통스러운진실을지우고일반적인'모성’이라는역할로돌아가기위한필사적인노력입니다.감독은이장면을통해엄마의'광기’가이루어낸'도피’의완성을보여주며,비극적인진실조차도잊고싶어하는인간의본성을날카롭게응시합니다.결국엄마는아들을구했지만자신의영혼을잃었으며,이'망각’의춤은엄마가살인자라는사실을아무도모르는채일상으로돌아가는가장섬뜩하고비극적인'결론’이됩니다.엔딩크레딧에서김혜자의이름이'마더(Mother)’로표기된것은이러한'광기’를포함한모든어머니의이름없는초상을대변하며,결론의보편적인씁쓸함을더합니다.
모성신화에대한전복적메시지
마더:모성,광기,망각을통해봉준호감독은한국사회의숭고한'모성’신화에정면으로도전장을내밉니다.엄마의행동은순수한'모성’이아니라,아들을자신의정체성의중심에두고사회적압박과무시로부터벗어나려했던극도의이기적인'광기’였습니다.도준의어리숙함이'폭력’을숨기는방패가되고,엄마의'모성’이더큰'폭력’을정당화하는수단이되는과정은선과악,희생과이기심의경계를무너뜨립니다.영화는경찰의무능,사회의편견,그리고피해자문아정이겪었던어두운이면등공동체의문제점까지은밀하게드러냅니다.결국<마더>의'결론’은단순한사건의마무리가아니라,진실을은폐하고개인의'광기’를'모성’이라는이름으로정당화하며'망각’속으로도피하려는인간본성의씁쓸한현실을보여주는봉준호식의냉소적인메타포입니다.배우김혜자,원빈의혼신을다한연기는이러한'모성’의어두운이면과'광기’의절정을관객에게극적으로전달하는결정적인역할을수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