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운명의엇갈림,정체성의혼란,지옥같은고통
유위강·맥조휘감독의 2002년작 <무간도> 는 1997년 홍콩반환 이후쇠퇴해 가던 홍콩누아르를 부활시킨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영화의 제목인'무간도(無間道)'는불교에서말하는 18 지옥 중 가장 고통스러운'무간지옥(無間地獄)'을뜻하며, 이는 죽지 않고 영원히 고통받는 두 주인공의 비극적인 운명을 상징합니다. 주인공은 두 명으로, 경찰조직에 잠입한 삼합회스파이유건명(유덕화)과삼합회에잠입한 경찰스파이진영인(양조위)입니다. 두 사람은경찰학교에서부터 각각의 보스(황국장, 한침) 에게 발탁되어 첩자의 길을 걷게 되고, 10여 년 뒤유건명은경찰내부의 유능한경감으로, 진영인은 삼합회내부의 핵심조직원으로 성장합니다. 그러 나이들의 성공은 동시에 끝없는 정체성의 혼란과 고독을 수반합니다. 진영인은경찰로서의 신념을 점점 잃고 깡패처럼 살아가는데 지쳐가며, 유건명은 과거를 청산하고 진정한 경찰이 되기를 열망합니다. 조직내부에서로 첩자가 있음을 알게 된 경찰과 삼합회는 서로를 색출하기 위한 숨 막히는 암투를 시작합니다. 이과정에서 두 남자는 황국장의 죽음과 같은 비극을 겪으며 피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결국 진영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려다가 유건명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유건명은 자신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고 진영인 의경 찰 신 분을 삭제하는 악행을 저지르지만, 진정한 경찰이 되고 싶다는 열망과 과거를 지우려는 강박사이에서 끝없는 환각과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처럼 <무간도>는선과악의경계가모호한 현실과,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영원히 구원받지 못하는 인간의 비극을 건조하고 절제된 연출로 담아내며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습니다.
운명의 엇갈림
운명의엇갈림은유건명과진영인,두주인공의상반된삶의궤적을결정하는가장중요한키워드입니다.경찰이되고싶었으나조직에투입된유건명과경찰학교의우등생이었으나조직원이되어야했던진영인의엇갈린운명은영화의모든비극의시작입니다.이들은10여년동안서로의삶을훔쳐살아가며각자의세력내에서성공하지만,결국본래의정체성으로부터점점멀어집니다.진영인은자신이진짜경찰이라는사실을증명할수없어괴로워하고,유건명은자신의과거를완전히청산하고'좋은사람'이되고싶어하는강박에시달립니다.황국장과한침의지령아래움직이던두사람은자신이원하지않았던길을가며내면의파괴를경험합니다.결국운명의엇갈림은두사람을파국적인대결로몰아가고,유건명이진영인을제거함으로써한남자는죽음으로고통을끝내고,다른한남자는영원히구원받지못하는'무간지옥'에갇히게됩니다.이처럼엇갈린운명은단순한설정놀이가아니라,한번의잘못된선택이영원히되돌릴수없는결과를가져오는인간존재의허무함을말해줍니다.
정체성의 혼란
정체성의혼란은두주인공이겪는가장극심한내면적고통을상징합니다.진영인은점점경찰로서의자신을증명할수없게되자"난누구야"라는질문에직면하며심리적붕괴를경험합니다.10년이라는긴시간동안어둠속에서살아온그의삶은마치진짜갱스터처럼변해갔고,그를발탁했던황국장마저그를의심할정도가됩니다.반면유건명은경찰이라는공적인삶속에서점점안정감을찾고진정으로선한삶을살고싶어하지만,그의숨겨진과거가그를놓아주지않습니다.그의"좋은사람이되고싶다"는열망은오히려자신의과거와진영인의존재를지우기위한더큰악행(살인)으로이어지는아이러니를낳습니다.결국유건명은진영인의사망후에도과거의환각과환청에시달리며자아가분열되고,자신이누구인지조차확신하지못하는정신적인지옥에빠집니다.감독은두남자의고통스러운정체성의혼란을통해인간의정의가외적인직업이나신분이아니라내면의선택과양심에의해결정됨을강조합니다.
지옥 같은 고통
지옥같은고통은영화의제목인'무간도'가뜻하는바와같이,두남자가겪는영원히끝나지않는고통과단죄를의미합니다.진영인은결국자신의정체를증명하지못하고동료였던유건명에게살해당함으로써육체적인고통과함께비운의종말을맞습니다.그의장례식은경찰로서가아닌조직원으로서치러지고,그의진실은잠시묻히는듯합니다.반면생존한유건명은경찰로서칭송받지만,그는진영인의죽음이후더욱지독한정신적고통을겪습니다.그의말처럼무간지옥은"죽지않고영원히고통을받는곳"입니다.유건명은과거를지우기위한발버둥이더큰죄악을낳는순환속에갇히게되고,자신이살해한진영인의환영에시달리며스스로를단죄합니다.감독은중국판엔딩에서유건명을체포당하게함으로써육체적인단죄를보여주기도했지만,홍콩판엔딩에서유건명을살려두고내면의붕괴를보여주는것이야말로진정한'무간지옥'의개념에부합합니다.결국이영화는권력과정의가타락한세계속에서선의지를잃은인간이마주할수밖에없는영원하고피할수없는고통을그려냅니다.
결론
<무간도>는 운명의 엇갈림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두 첩자의 비극을 통해, 구원받을 수 없는 인간의 삶과 지옥 같은 고통을 절제된 미장센으로 표현한 21세기홍콩누아르의 대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