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계급,질서,탈출
2013 연봉준호감독이 연출한 <설국열차>는 인류멸망의 위기를 맞아 영원한 궤도를 달리는 열차 안에 생존자들이 탑승하여 만들어낸 새로운'계급사회’를배경으로합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살포된 냉각물질'CW-7’ 이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아 신빙하기가 도래하고, 열차제작자인 윌포드(에드해리스)가 만든'설국열차’ 만 이유일한인류의 서식지가 됩니다. 이 열 차는 꼬리칸에서 머리칸까지 칸칸이 분리되어 있으며, 이는 현대자본주의사회의'계급구조’를축소판처럼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꼬리칸에갇혀인간이하의 삶을 사는 커티스(크리스에반스)는 정신적 지주인 길리엄(존허트)의조언과함께 17년 동안억압받아온 꼬리칸사람들을 이끌고 열차의 심장부인엔진을 향한'혁명’을'계획’합니다. 이들의 목표는 최초의 반란 이후계속되어 온 악순환을 끊고 윌포드의'질서’를전복시키는것이었습니다. 커티스일행은각칸을막고 있는 문을 열기 위해 열차의 보안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와그의딸요나(고아성)를감옥칸에서풀어주고, 그들의'크로놀’ 중독을 이용하여 협상을 진행합니다. 꼬리칸에서 시작된 이들의 여정은단백질블록만이 존재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 수족관칸, 도살칸, 교육칸, 클럽칸등각기 다른 사회모습을 갖춘 객실들을 하나씩 지나가며'계층’이 동의어려움과 그 속에 숨겨진 윌포드체제의'질서’를몸소경험하게 됩니다. 커티스가마주치는 앞칸의 세상은 뒤칸의'빈곤’과극명하게대비되는'풍요’와'향락’의 공간이었으며, 이'계급’ 의대비는 열차내부에 존재하는 억압적인'질서’ 의정체를 점진적으로 밝혀냅니다.
계급:꼬리칸과 머리칸의대비
설국열차:계급,질서,탈출이라는대주제아래,<설국열차>는'계급’을열차의물리적공간으로가장직관적으로시각화합니다.'꼬리칸’은가진것없는빈민층이생존만을위해단백질블록에의존하며살아가는착취의공간을상징하는반면,'머리칸’은선택된소수의권력자들이사치스러운음식,클럽,온실등호화로운시설을누리는소비의공간입니다.이러한극명한대비는단순히빈부격차를보여주는것을넘어,꼬리칸의존재가머리칸의'질서’유지를위한필수적인희생양임을암시합니다.꼬리칸사람들은주기적인반란을통해인구수조절이라는윌포드의은밀한'계획’에동원되었으며,이는'혁명’조차도결국시스템의'균형’을위한도구로사용되는자본주의의냉혹한'질서’를풍자합니다.특히꼬리칸사람들이단백질블록에대한진실(바퀴벌레로만들어진것)을알게될때,'계급’간의경멸과착취의깊이가드러나며,이는'머리칸’이'꼬리칸’의삶을어떻게대상화하고비인간적으로대하고있는지를명확히보여줍니다.열차의길이를따라전진하는'횡적운동’은'계급’상승을위한투쟁을상징하지만,열차가결국닫힌시스템이라는점에서이'계급’간의이동은근본적인'탈출’없이는불가능함을역설합니다.
질서:윌포드의 균형론과 통제
윌포드가주장하는'질서’는인류의생존을위해'균형’이필요하다는논리에기초합니다.그는열차를하나의'폐쇄된생태계’로정의하며,'꼬리칸’의인구는주기적인'숙청’을통해조절되어야하고,'혁명’은시스템을재조정하는'필요악’이라고주장합니다.이윌포드의'질서’와'균형론’은겉으로는인류전체의'생존’을위한합리적인통제처럼보이지만,실제로는소수가대다수를영원히지배하기위한견고한'계급’유지'계획’입니다.윌포드의'질서’의가장잔혹한측면은열차엔진의부품이되어강제노동을하는꼬리칸의어린아이들(티미,요나)입니다.열차의심장인엔진을돌리기위해'미래’를상징하는아이들을희생시키는것은윌포드의'질서’가결국현재권력의영속을위해'인간성’을포기한'폭력적시스템’임을폭로합니다.커티스는엔진실에서윌포드와의대화를통해'혁명’의정신적지주였던길리엄마저윌포드의'질서’유지'계획’에포섭되어있었음을알게되며,그동안의'계급투쟁’이사실은더큰시스템을위한'쇼’에불과했음을깨닫습니다.이러한윌포드의'질서’는열차라는닫힌공간속에서'계급’의고착화를정당화하는최대악의축으로작용하며,'인류의마지막희망’이라는열차의표면적'질서’뒤에숨겨진'독재’의본질을드러냅니다.
탈출:혁명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커티스의'혁명’은'머리칸’을차지하고윌포드의'질서’를뒤집는것이궁극적인'계획’이었습니다.하지만남궁민수는처음부터커티스와는다른'탈출’을'계획’하고있었습니다.그가크로놀을대신하여원한것은바로열차의문을파괴하고바깥세상으로나갈수있는'폭탄’이었습니다.남궁민수에게'열차내부의혁명’은의미가없었고,근본적인'계급’구조를유지하는'시스템자체’로부터의'탈출’만이유일한희망이었습니다.엔진실에서의최후의대결에서커티스는윌포드의'균형론’을거부하고,'미래’를상징하는어린아이(티미)를엔진의부속품으로쓰는잔혹한'질서’를목격한후열차의'파괴’를결심합니다.커티스와남궁민수의'희생’으로열차는'탈선’하고,'계급’과'질서’의상징이었던열차라는구조물이파괴됩니다.열차폭발후유일하게생존한요나와티미는눈덮인설원을향해'탈출’합니다.이장면은구시대의'계급’과'시스템’의'종말’을선언하는동시에,'미래’를상징하는어린두사람이'새로운시작’의가능성을열고있음을보여줍니다.특히마지막에보이는'북극곰’의모습은혹한에도불구하고열차밖에도'생명’이존재하며인류가'생존’할수있다는'탈출’의희망을제시합니다.진정한'혁명’은'시스템’의주인을바꾸는것이아니라,'시스템자체’를파괴하고'탈출’하는것임을강조하는결말입니다.
결론
<설국열차>는열차라는폐쇄적이고수평적인공간속에서'계급’의불평등과'질서’의폭력성을극단적으로드러냅니다.커티스가이끈'혁명’은윌포드의'균형’이라는이데올로기에포섭된'쇼’에불과했음이밝혀지며,'계층’간의투쟁이자신의'계급’을뒤집는것만으로는세상을바꿀수없다는냉소적인진실을보여줍니다.궁극적으로남궁민수가추구했던'탈출’만이윌포드체제의'질서’로부터자유로워지는유일한길이었으며,'열차의파괴’라는극단적인선택을통해서만'계급’과'억압’의시스템이'종말’을고할수있었습니다.요나와티미두아이의'생존’과'북극곰’의출현은인류가'시스템’을넘어서'자연’과의공존을통해'새로운시작’을할수있다는희미하지만결정적인'희망’을제시하며,이작품이단순한'계급투쟁’영화를넘어'시스템'과'자유’에대한근원적인성찰을요구하는메시지를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