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손 웰스 감독의 시민 케인(1941)이 이룬 영화적 혁명과 물질적 성공 뒤에 감춰진 아메리칸드림 실패의 비극적 초상
1941년 오손 웰스 감독이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시민 케인(Citizen Kane)>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동시에, **당대의 영화 문법을 완전히 뒤엎은 혁명적인 걸작**입니다. 신문왕 찰스 포스터 케인의 파란만장한 삶과 죽음을 다루는 이 영화는, 한 인물의 삶을 **선형적 시간 순서가 아닌** 그의 죽음 직전 남긴 유언 **"로즈버드(Rosebud)"**의 의미를 추적하는 **비선형적 탐사 구조**로 전개합니다. 웰스는 이 영화를 통해 **딥 포커스(Deep Focus), 로우 앵글(Low Angle), 복합적인 사운드 디자인** 등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던 수많은 기술적, 미학적 실험을 도입하여 영화 언어의 가능성을 확장시켰습니다. 케인의 이야기는 물질적 성공과 절대적 권력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정한 사랑과 행복, 그리고 영혼의 소속감을 얻지 못한 한 인간의 고독한 비극**을 다룹니다. 케인이 거대한 저택 '제너두(Xanadu)' 안에 홀로 갇혀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물질적 풍요가 가져온 정신적 공허**라는 아메리칸드림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시민 케인>은 시대를 초월하는 서사적 깊이와 시각적 혁신을 통해, 이후 모든 영화 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현대 영화의 문법을 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로즈버드의 미스터리: 비선형적 서사의 시작과 딥 포커스 미학의 선언
<시민 케인>의 서론은 주인공 찰스 포스터 케인의 **죽음**과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수수께끼 같은 한 단어 **"로즈버드(Rosebud)"**의 의미를 밝히려는 탐사 과정을 중심으로 시작되며, 이는 영화가 **시간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 비선형적(Non-linear) 서사**를 취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영화는 케인의 거대한, 그러나 황폐해진 개인 저택 '제너두(Xanadu)'의 웅장하면서도 쓸쓸한 모습을 통해, 그의 **물질적 성공과 정신적 몰락**의 대비를 강렬하게 제시합니다. 서론에서 케인의 죽음은 **'뉴스 온 더 마치(News on the March)'**라는 뉴스 영화 형식을 통해 요약되는데, 이는 케인의 공적인 삶을 객관적인(듯 보이는) 시각으로 빠르게 보여주면서도, 그의 사적인 내면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겨둡니다. 이 뉴스 영화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케인이 가졌던 **거대한 영향력과 대중적 인지도**를 보여주지만, 정작 그의 죽음 직전에 남긴 '로즈버드'의 의미는 공적인 영역에서는 전혀 해석되지 못합니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기자 톰슨이 케인의 주변 인물들을 찾아다니며 **그의 삶을 재구성**하는 과정이 영화의 주요 서사가 됩니다. 오손 웰스 감독은 이 서론에서부터 **딥 포커스(Deep Focus)**라는 혁신적인 촬영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화면의 전경, 중경, 후경 모두가 선명하게 초점이 잡힌 이 기법은, 한 장면 안에서 **여러 인물과 사건의 관계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관객에게 **능동적인 시각적 선택**을 요구합니다. 특히, 어린 케인이 눈 속에서 썰매를 타는 모습과, 어머니와 변호사가 그의 운명을 결정하는 장면이 한 화면에 담기는 장면은, 케인의 **개인적 운명이 외부의 힘(금전적 상속)에 의해 결정되는 비극의 시작**을 강력하게 암시하며, 이 영화가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닌 **영화 언어의 혁명**임을 선언합니다.
💰 황금의 수집: 권력에 대한 집착과 사랑의 파괴, 그리고 제너두의 고독
<시민 케인>의 본론은 케인의 전 부인, 사업 파트너, 그리고 친구들의 **주관적인 회상**을 통해 찰스 포스터 케인의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성격**과 **권력에 대한 집착**이 어떻게 그의 삶과 주변 관계를 파괴했는지를 다룹니다. 케인은 거대한 신문사를 인수하여 **'국민의 대변자'**라는 이상을 내세우지만, 이는 곧 **자신의 의견을 대중에게 관철시키려는 권력욕**으로 변질됩니다. 그는 약자를 돕는다는 명분 아래 **자신의 자아를 확대하고 통제력**을 행사하려 했습니다. 케인의 삶의 가장 큰 비극은 그가 **진정한 '사랑'과 '우정'**을 **'소유'와 '통제'**의 대상으로 착각했다는 점입니다. 그의 평생의 친구였던 르랜드와의 관계는 케인의 **이기적인 우정관** 때문에 파탄나고, 첫 번째 부인인 에밀리와의 결혼은 케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본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케인의 두 번째 아내, **재능 없는 가수 수잔 알렉산더**와의 관계입니다. 케인은 수잔을 사랑했지만, 이는 그녀를 **자신의 뜻대로 만들고 성공시켜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이용해 수잔을 오페라 스타로 만들려 했고, 이는 결국 수잔의 **자아를 파괴**하고 그들의 관계를 **지옥 같은 고립**으로 몰아넣습니다. 수잔과의 파경 후, 케인은 제너두라는 **거대한 요새**에 수잔과 함께 스스로를 가둡니다. 제너두는 케인이 평생 수집한 **세계 각국의 예술품과 잡동사니**로 가득 찬, **물질적 풍요의 궁극적인 상징**이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유대와 온기가 완전히 결여된 냉혹한 감옥**입니다. 케인의 방대한 수집품들은 그가 **잃어버린 유년기의 기억과 사랑**을 대신 채우려 했던 **헛된 시도**를 반영하며, 그의 삶이 **소유와 축적**만으로 이루어진 **정신적 공허**임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 마지막 퍼즐 조각: '로즈버드'가 상징하는 순수와 상실의 기억
<시민 케인>의 결론은 기자 톰슨이 '로즈버드'의 의미를 끝내 알아내지 못한 채 조사를 포기하는 장면에서 시작되어, **인간의 삶 전체가 하나의 단어로 설명될 수 없다**는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진실**을 제시합니다. 톰슨은 주변인들의 단편적인 회고를 통해 케인의 삶을 재구성했지만, 그 모든 공적인 기록과 사적인 증언들은 케인의 **'진정한 자아'**를 포착하는 데 실패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톰슨과 취재진이 제너두를 떠난 후, 카메라가 케인이 평생 수집한 수많은 물품들을 지나쳐 지하 저장고로 내려가는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결말**로 꼽힙니다. 카메라는 마침내 난로 속으로 들어가고, 화염 속에서 케인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불렀던 그 단어 **'로즈버드'**가 새겨진 **어린 시절의 썰매**가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로즈버드**는 케인이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유년 시절, 어머니와 함께 보냈던 **순수하고 조건 없는 사랑의 기억**이 담긴 유일한 물품이었습니다. 케인은 자신의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가 시작된 순간(썰매를 버리고 뉴욕으로 떠났을 때)에 **진정한 행복과 사랑**을 잃었음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가 평생 수집했던 수많은 재물은 결국 그 **잃어버린 순수함**을 되찾으려 했던 **덧없는 시도**의 결과였습니다. <시민 케인>은 오손 웰스가 25세의 나이에 완성한 데뷔작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비선형적 서사, 딥 포커스, 혁신적인 사운드 디자인** 등 현대 영화의 모든 문법을 40년대에 이미 완성했다는 점에서 **영화사의 불멸의 이정표**로 남아있습니다. 이 영화는 **물질적 성공과 권력이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통해, 아메리칸드림의 성공 신화 뒤에 숨겨진 **비극적 공허함**을 가장 완벽하게 그려낸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