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광기,고통,고담
2019년 토드필립스감독이선보인 <조커>는 DC코믹스의 유명한 악당조커의 기원을 새롭 게재해석한 작품으로, 슈퍼히어로장르의 관습을 벗어나 빈곤과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한 인간이 붕괴되는 과정을 그려냈습니다. 이 영화는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고, 주연배우호아킨피닉스에게 아카데미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81년의 고담시, 범죄와 실업률이 만연하고 쓰레기파업으로도 시전체가 혼란에 빠진 곳입니다. 주인공 아서 플렉(호아킨피닉스) 은낮에는 광대분장을 하고 홍보일을 하며 밤에는 스탠드업코미디언을 꿈꾸는 청년입니다. 그는 어머니페니와 함께 살고 있으며,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발작적으로 웃는 정신과적 장애를 앓고 있어 사회복지사의상담과 7가지 약을 복용하며 힘겹게 살아갑니다. 아서의 삶은 시작부터 비극의 연속입니다. 광대분장을 하고 있을 때도 골목에서 불량배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고, 동료가건네준호신용권총을 아이들 병실에서 실수로 떨어뜨리는 바람에 해고를 당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담시의 복지예산이 삭감되면서 아서는 가장 필요했던 정신과상담과 약물치료마저 중단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러한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는 아서를 점점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결정적 인전환점은 지하철에서 발생합니다. 광대분장을 한채퇴근하던 아서는술취한웨인엔터프라이즈직원 세 명이 여성을 희롱하는 장면을 보고 자신의 병적인 웃음발작을 터뜨립니다. 이로 인해 은행원들에게 구타를 당하자 아서는 우발적으로 총을 꺼내 그들 세명을 모두 살해합니다. 이 첫 살인이 후아 서는 묘한 해방감과 희열을 느끼며 자신이 겪은 고통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합니다. 지하철살인사건은 고담시의 계층갈등에 불을 지르는 도화선이 됩니다. 토마스웨인(브루스웨인의 아버지)은 살인자를'질투심에 가득 찬 광대'라비난하고, 이에 분노한 하층민들은 광대마스크를 쓰고 웨인에 대한 시위를 벌이며 아서를 영웅시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아서는 어머니의 편지를 통해 자신이 사실토마스웨인의 사생아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웨인가를 찾아가지만, 집사알프레드에게 모욕을 당하고 어머니의 주장이 망상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후 아서는 어머니페니의 과거를 조사하던 중 자신이 입양되었으며 어머니가 학대와 방치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어머니를살해한아서는더 이상숨길 것이 없는 진정한'광기'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는 자신을 조롱했던 동료랜들까지 살해하고, 자신을 초대했던 인기토크쇼'머레이프랭클린쇼'에출연하여대 중 앞에서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생방송무대에서 자신의 인생은 비극이 아니라 빌어먹을'코미디'였다고 선언한 아서는 자신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머레이(로버트드니로)를 생방송중총으로 쏴 살해하는 충격적인 행동을 저지릅니다. 이 폭력은 고담시를 뒤덮은 광대시위대의 폭동을 촉발시키고, 아서는 체포되지만 곧 폭동군중들에게 구출되어 영웅처럼 추앙받으며 완전한'조커'로탄생합니다.
광기의 서사와 고통의 승화
<조커>는아서플렉이라는개인의정신적붕괴과정을치밀하게추적하며'광기'의서사를펼쳐냅니다.아서의웃음은기쁨의표현이아니라타인의고통과자신의불안을드러내는병적인징후입니다.호아킨피닉스는뼈만남은듯한몸,기이한웃음소리,그리고발레처럼유려하면서도불안정한춤사위등온몸으로아서가겪는내면의고통과혼란을표현해냈습니다.그의연기는아서가사회로부터받는냉대와모욕이점점쌓여가며결국폭력적인'조커’로탈바꿈하는과정을설득력있게묘사합니다.아서가자신을비웃는세상을향해처음으로총구를겨누고,나아가TV쇼에서머레이를살해하는행위는억압되어있던자아와고통의'승화’가아닌'폭발’을의미합니다.그의폭력은더이상죄책감을느끼지않는새로운정체성,즉고통받는광대에서세상을조롱하는광기의왕으로변모하는결정적인순간을만들어냅니다.영화는아서의시선을통해관객에게끊임없이무엇이진실이고무엇이망상인지혼란스럽게함으로써,폭력과광기가탄생하는배경을개인의병리적문제로만한정하지않고사회적요인까지확장합니다.소피와의로맨스등아서의많은기억들이단지'망상'이었음이드러나는장면들은아서가현실과완전히단절되고있음을보여주며,그가조커가되는과정이얼마나고독하고절망적이었는지강조합니다.
고통받는 자의고담시와 사회적 무관심
영화속'고담'은탐욕스럽고무능한상류층과빈곤속에서허덕이는하층민으로극심하게양분된현대자본주의사회의축소판입니다.토드필립스감독은고담시를쓰레기파업과쥐떼,그리고계속되는범죄로정의하며아서의고통이단순히개인의문제가아니라'사회적병폐’에서비롯되었음을강조합니다.아서는사회복지예산삭감으로심리상담과약을잃고,대중들에게조롱당하며,어머니에게는진실을묻힌채살아온'투명인간'같은존재였습니다.토마스웨인이하층민들을'광대'라며모욕하는발언은상류층의위선과하층민에대한뿌리깊은'무관심’을단적으로보여줍니다.이무관심은아서의고통을심화시키고결국그를파괴의길로이끈주요원인이됩니다.아서의폭력이촉발시킨대규모광대폭동은단순한무질서가아니라,자신들의목소리가오랫동안무시당해왔다고느낀하층민들의억압된분노가폭발한'계급적반란’의상징으로해석됩니다.이는<조커>가단순한빌런영화가아니라,사회적부조리가낳은괴물을통해현실사회의양극화와불평등에대한날카로운비판을가하는시네마틱분석임을증명합니다.폭력이정당화될수없음에도불구하고,관객이아서의심리적여정에공감하게되는것은그의고통이현대사회의구조적모순을통해증폭된것이기때문입니다.
결론
조커:광기, 고통, 고담이라는 주제아래 <조커>는 희극인을 꿈꾸던아서플렉이사회적 고통과 좌절 속에서 광기의 화신'조커'로변모하는과정을 극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호아킨피닉스의 압도적인 연기와 토드필립스감독의 치밀한 연출은 조커의 탄생을 단순한 악당의 기원이 아니라, 고담시라는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모하는 비극적인 인 간드라마로 완성했습니다. 이영화는 관객에게 가장 불편하면서도 중요한 질문, 즉"이광기는 누가 만들었는가"를던지며오랫동안 짙은 여운을 남기는 걸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